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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다/정적

[책]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 (그레이슨 페리)

by baeflower 2020. 4. 12.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
국내도서
저자 : 그레이슨 페리(Grayson Perry) / 정지인역
출판 : 원더박스 20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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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6(월) ~ 2020.04.08(수)

 

모두 다 좋아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스타에서 팔로우 중인 어떤 분의 피드에서 보고 책을 구입하려고 마음먹었다. 난나님한테 이번에 이런 책들을 살 거야 라고 얘기를 했더니 저번에 구입한 책이라며 집에 있을 거라고 했다. 오호? 덕분에 공짜 독서!! 

 

예전에 (도대체 몇년 전인 것이야) 이탈리아, 스페인을 여행할 때 유명한 미술관들을 몇 군데 갔었는데 사실 지금은 어디 갔었는지 잘 기억도 안 나고, 노력이나 정성 없이 봐서 그런지 딱히 남는 게 없다. 지금 갔으면 달랐을 텐데.

  

그 이후로 한국에서는 특정 미술관보다는 전시회를 통해서 그림을 보러 가는 편이다. 미술관 혹은 전시회 가는 걸 싫어하지는 않지만 보통 '잘 모르겠지만 일단 보자, 이번엔 뭔가 느끼겠지'라는 마인드로 간다. 그 장소에 갔을 때, 그리고 갔다 왔을 때 느끼는 점은 나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고 확장시켜 나가는 것에 너무 소심해하고 자신감 없어하는 느낌? 어떤 생각을 잠시 했다가도 다시 가둬버리는 느낌을 자주 받는 것 같다. 

 

요즘은 노력 없이 그냥 얻고자 했던 예전을 반성하며 미술 관련 책도 읽고 화가들에 대해서도 좀 더 공부하고 전시회에 가는 편이다.

그러던 중 보게 된 이 책의 제목은 마치 꼭 내가 읽어야 될 것 같고 읽고 나면 엄청난 깨달음과 배움이 있으려나 하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장바구니에 추가시켰다. 

 

그래서 결론은? (기대가 컸던 책들은 거의 항상 그렇지만)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것에 대해서 이 책이 답을 주진 않는다. 그렇지만 자신감은 준다. 그거 하나로도 괜찮은 책이었던 걸까?

 

작가는 '지금의 미술계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을뿐더러 예술이란 정의 내리기 너무 어렵고 계속 변화하고 또 난해하기까지 하기 때문에 너무 부담 가지지 마! 순수 미술을 찾아보고 전시회에 가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너의 모습이 좋은 거야!'라고 얘기하는 느낌이다. 

 


 

#1. '아름다움' 같은 단어를 사용할 때는 신중하자

◆ 25p

예술의 질을 평가할 때 '아름다움' 같은 단어를 사용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아름다움의 특질은 어딘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그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여기는데 익숙해진 것이다. 
자신이 소비하는 문화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자기가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를 자기도 모르게 은근히 드러내는 행위일 때가 많다. 우리가 즐기는 것에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반영되는 것이다. 

→ 그렇다. 아름다움은 익숙함이다. 극공감!

→ 그림에 대해 얘기할 때 예쁘다, 아름답다 정도로만 표현하는 것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올해 알폰스 무하전에 가면서 친구에게 전시회 간다고 얘기를 하니 "알폰스 무하 그림 예쁜데"라고 바로 반응이 왔다. 그렇구나? 무하 그림이 예쁘구나? 전시회 가서 보니 예쁘긴 했다. 근데 난 잘 모르겠더라. 아름다움이 너무 뻔하다고 해야 되나? 거기에 마치 아름다움은 여성의 전유물인 것 같은 불편함. (아름다움<->여성?) 

소비하는 문화를 통해 자신이 드러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방구석 1열에서 "예술은 어느 정도 허세다"라는 말을 했던 시네21 편집장님 말이 생각난다. 무슨 편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궁금한데 기억이 안 난다.

 

 

#2. 나는 예술의 세계에서 나 자신을 발견했다

 152p.

인간이라는 존재와 인간의 정신에는 삶에서 겪은 정신적 상처를 긍정적 경험으로 변모시키는 기적적인 능력이 있다.

→ 알랭드 보통의 철학의 위안에서 니체가 얘기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니체의 얘기는 철학의 위안에서 다시 적기로.

 

 152p

인간이라는 존재와 인간의 정신에는 삶에서 겪은 정신적 상처를 긍정적 경험으로 변모시키는 기적적인 능력이 있다.

→ 생각해보면, 이런 기적적인 능력이 없다면 우리 인간은 이만큼 인생을 가꾸면서 살 수 없을 것 같다.

 

 154p

예술은 인간의 보편적 상처, 불완전한 의미를 지닌 유한한 삶을 살아간다는 상처를 표현하는 것. 

→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 중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차지하는 것은 슬픔과 그와 비슷한 범주의 감정들이 아닐까 싶다. 예술이 인간의 상처를 표현함으로써 우리는 그곳으로부터 위로와 공감을 받고 그 이상의 희망도 얻을 수 있을까?

 

 157p

예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예술이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은 어렵다. 의미를 담지 않았다고 해서 예술이 될 수 없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의미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것, 그리고 작가가 의미를 담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의미 없는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니깐. 의미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둘 수 있으니.

 

 163p.

"동시대 예술가들이 무슨 일을 한다고 생각해?" "그들은 사물을 알아봐요." 내 직업(예술가)은 다른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알아보는 일이다. 

 168p.

사람들이 틀리게 이해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미술의 매혹적이고 멋진 부분이다.

→ 틀리다기보다는 다르게 이해하는 것이겠지? 위에서 말했다시피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없었는데 틀린 것이 매혹적이라는 작가의 말에서 소심함을 조금은 더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174p.

의미를 향한 길에 오른 순례자(예술가)

→ 전반부는 동시대 예술이 가지는 분위기와 예술이 무엇인지 어떻게 구별하는지 등에 대해서 주로 적었다면 후반부는 그러한 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자기 자신과 동료 예술가들에 대해서 서술했다. 작가가 비록 현 예술계를 비웃듯이 얘기했지만 사실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던지는 말들임을 동료들은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본인이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의도를 이해할 것이라고. 내가 예술가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분야에 대한 뿌듯함, 자부심,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믿음 등이 느껴져서 부러웠다. 난 아직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나의 분야가 없어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예술을 알고 싶어 하고 알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뭘지 생각해 보았다.

문화 생활을 통해 느낀 감정의 풍요로움은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음악을 들었을 때 말고는 크게 느껴 본 적이 없다. 정말 좋았을 때는 황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처럼 언젠가 다른 문화, 예술 앞에서도 동일한 경험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은 항상 가지고 있다. 예술을 알고자 노력하는 이유도 그러한 기대감 때문인 것 같고, 또 한편으로는 그 공간 자체에서 느끼는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좋아서기도 하다. 삶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진다고 해야 할까?

영화 아이로봇에서 주인공이 로봇에게 넌 인간일 수 없다는 얘기를 하면서 네가 작곡을 할 줄 아니, 명화를 그릴 줄 아니 라고 물었을 때 로봇이 "Can you?"라고 되려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로봇이 나에게 묻는다면 비록 "Yes I can."이라고 대답은 못하겠지만 예술을 같이 향유하는 예술가 친구 정도는 되고 싶은 마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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