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봤다/정적

[책] 쓸 만한 인간 (박정민)

by baeflower 2021. 4. 13.
[제목]
저자 : 박정민
출판 : 상상출판
발매 : 2016.10.26

 

2021.03.13.토 ~ 2021.04.13.화

 

"동주" 영화를 보고 소박한 팬이 된 박정민의 산문집.

 

배우로서 연기하는 모습만 봤는데 글을 썼다고 하니, 그리고 또 책이 재밌다고 하니 안 살 수가 있나.

책은 사놓은 책 중에 읽는 것이라는 김영하 작가님의 명언처럼,

그렇게 사놓고 집에 누워있던 이 책을 집어서 읽게 되었다.

 

 

#1. 그는 생각보다 유쾌하다. 아니 아주 유쾌하다.

약간의 B급 유머 코드를 구사하며 자꾸 읽히게 만든다. 스스로의 찌질함(더 나은 표현이 있으려나?)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자폭개그를 즐겨하는 걸 보니 그동안 영화에서 봐왔던 진중한 이미지는 정말 찐 연기였구나 놀라울 따름이다. 이 사람 정말 대단한 연기자일세?라는 생각이 서슴지 않게 든다. 안 그래도 그간 내가 봐온 박정민 영화 중에 기억나는 캐릭터들이 "동주"의 송몽규, "사바하"의 정나한 같은 역할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읽은 책 중에서는 이경미 영화감독의 "잘 돼가? 무엇이든" 책의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 부족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스스로 다독거리고 위로하며 당신도 잘될거라고, 결국 다 잘 될 거라고 위로하는 느낌. 박정민도 책에서 "다 잘 될 거예요"라는 말을 참 많이 한다. 막연한 말이지만 기분은 좋더라구.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유머 코드가 재밌긴 한데 뭔가 큰 여운이 남는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근데 뭐, 책이 꼭 여운을 남겨야 되나? 읽으면서 즐거웠으니 만족한다.

 

+갑자기 생각난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

좀 친한 과장님이 타노스 얘기를 하시길래 박정민이 책의 마지막쯤에 쓴 타노스 얘기가 생각나서

"타노스가 나쁜 놈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인간이 망하는걸 두려워하는 건 인간밖에 없잖아요. 어제 책에서 그러더라구요."라고 했더니

"뻔한 말을 하네." 하시는데 기분이 좀 나빴다.

"뻔하긴 한데 피식거리면서 재밌게 잘 봤어요."

"자기장, 블랙홀, 이런 얘기를 해야지~~~"

아 눼.. 과학 얘기만 꼭 의미가 있나요? 사람 사는 얘기도 의미 있어요..

 

 

#2. 이타심의 왕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인생도 당신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영화 같은 인생일 것이다.

내가 딱 보이후드 영화 보고 든 생각이 책에 적혀 있었다.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우리 인생도 한 발짝 밖에서 보면 한 편의 영화 같다는 것.

나도 영화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동네 술집에 들어가면 대부분 어른들이 다 저런 표정이다. 다들 나름대로 이겨내야 할 일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다들 이겨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박정민의 시선이 참 따뜻하다. 나는 그렇게 술집을 많이 들락날락했어도 주위 어른들의 표정을 읽어본 적이 없거든... 

겸손하고, 겸손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고, 그냥 연기를 일로 하는 평범한 청년으로 느껴진다. 그들만의 세상에 사는 연예인들이랑은 다른 것 같아. (너무 팬심인가? 아니다. 책 읽어보면 알 거다.)

박정민의 이런 마음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또한 그의 시선처럼 한 번씩 주위를 돌아보려고 한다.

평범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난 왜 안 행복하지?'라고 생각하면 우울해지는데..

여하튼 그래도 노력은 해보자구!!!

 

 

 #3. 박정민 따뜻해

나라는 인간이 그다지 수식이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라서,
화려하고 어여쁜 문장 같은 건 이 책에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 박정민은 수식이 어울리지 않는다.

수식해야 할 사람이 아니다. 뭐라 표현하기 힘들지만... 수식하지 않는 그냥 날 것의 박정민이 그에게 어울린다.

꾸밈없는 하얀 A4 용지 같은 느낌이 든다. (굳이 왜 A4용지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마지막 문장을 읽어 준 독자들에게 참 고맙다고 뭘 하시든 고맙다고 얘기하는 박정민 님,

덕분에 즐거웠구요 영화도 잘 보고 있구요

저도 고맙습니다. 또 봬요☺️

 

 

 +인간은 꼭 쓸 만 해야하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