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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다/정적

[책] 여자다운 게 어딨어 (에머 오툴)

by baeflower 2020. 4. 26.
여자다운 게 어딨어
국내도서
저자 : 에머 오툴(Emer O') / 박다솜역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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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2. 일 ~ 04.25. 토

 

"다른 여성들의 판단을 가치 판단하지 말자"

 

여성으로서 당연히 여성의 인권과 권익을 생각하지 않겠어?라는 생각으로 지내왔다. 하지만 사회생활 연차가 쌓이면서 예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여성으로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주위의 언행들이 잦아졌다. 가끔은 주위 남성들이 자신은 페미니스트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과연 그들이 얘기하는 페미니스트는 무엇이며 왜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을 선택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또한 고등학교 때 느꼈던 페미니즘은 지금만큼 사회의 큰 논란거리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싶기도 하고.. 

그러던 중 페미니즘 입문서라는 리뷰가 달린 이 책이 눈에 띄었다. 

 


#1. 수행적 젠더

수행성이란 우리의 정체성이 오랜 시간에 걸쳐 연기와 행동을 반복하며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학적인 성이 사회 내에서 부호화되고 의미가 주어지는 과정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행성은 젠더가 생물학적 성의 자연스러운 심리적·영적 표현이라는 생각을 반박한다.

→ 전체적인 책의 내용에서 굉장히 자주 언급되고 그만큼 작가가 중요하게 주장하는 것이 수행적 젠더다. 타고난 성별의 차이보다는 사회 내에서 수행적으로 체화된 젠더의 차이가 우리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실례로 들은 작가의 경험담들이 나의 어릴 적 경험과 상당히 유사했다. 사회생활과 집안일을 병행하셨던 엄마의 모습을 같이 보고 컸지만 나와 남동생들이 집안일을 대하는 자세의 차이, 가족으로부터 받는 딸(=나)에 대한 기대, 2년 전에 겪었던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홀로 치우느라 고생했던 기억, 그리고 사회에서 심심치 않게 겪는 여성에 대한 평가 기준들 등.

   나 또한 사회와 집안에서 주는 기대감에 어긋난 행동을 하기 쉽지 않았다. 나의 선택이라 생각하며 행동했고 그렇게 묵인한 적도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선택당했던 것 같다. 나의 젠더도 수행적이었다.  

 

#2. 여성성 연기

수행적이기 때문에 어릴 적 경험과 교육이 중요하다.

→  자명한 얘기 같지만 젠더의 가치관은 수행적이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평등한 성별적 스키마를 가지고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3. 구조와 행위주체

행위주체는 개인이고 구조는 개인이 형성되고 행동하는 배경이 되는 맥락이다. 우리는 보통 어떤 사건을 대할 때 구조보다 행위 주체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 구조와 행위 주체에 따른 판단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평소 내 행동을 가장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그동안 문제의식을 가지고 젠더 평등한 사고를 하려고 노력했음에도 책을 읽으며 반성할 점을 찾았다는 것은 예상외의 수확이었다. 

  저자가 예시 든 것처럼 지나친 성형과 시술 행위에 대해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를 좋아하지 않도록 만들어서 이윤을 얻는 미용산업의 사회 구조를 보지 않고 여성의 선택만을 보고 판단했다. 저자는 구조와 행위주체 두 가지를 같이 고려하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o?

작가처럼 고단수 페미니스트가 아니라서 그런지 (물론 작가도 몇 년 동안 훈련한 후에 단련된 것이지만) 젠더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보다 주위에서 느끼는 눈초리에 더 신경이 쓰인다. 나름 최소한으로 타협하고 수긍했지만 아직도 내 정신은 사회와 주변에서 원하는 여성상에 부족함을 느끼고 스트레스받고 있다.

몇 개월 만에 나간 독서모임에 이 책을 들고 갔을 때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데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앞으로는 그동안 묵인했던 젠더 차별적인 상황들을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해보고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다. 문제 인식에 그치지 않고 틀린 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고 싶다.

그리고 내 스스로도 성별의 프레임을 계속 거둘 수 있도록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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