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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다/동적

[다큐멘터리] My Octopus Teacher - 넷플릭스

by baeflower 2021. 2. 21.

My Octopus Teacher

 

2021.2.21.일요일

자연의 일원이라는 소속감

 

스쳐 지나가듯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소개를 본 것 같다.

당시엔 지능이 높은 문어 이야기에 그닥 흥미가 안가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제 인스타에서 어떤 분의 추천 글을 보고 당장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지능이 높은 문어 이야기 그 이상인 것 같더라구?)

 

#1. 이것은 사랑 이야기

문어와의 첫 만남

현실의 삶에서 번아웃 같은 것에 빠진 감독은 의욕도 없고 지친 마음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자신이 어릴 적 보냈던 바다, 자연이 그리웠는지 산소통도 매지 않은 채 대서양 바다로 날마다 헤엄치러 나간다. 그곳에서 어느 날 문어와 운명적으로 마주친다. 

 

잘 모르는 생명체에 대해 조심스러웠고 마음을 열기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까워지는게 어렵진 않았다.

호기심을 넘어 애정이 느껴지는 순간 둘 사이의 거리는 0이 되었다.

문어와 감독 아저씨가 스스럼없이 교감하는 장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갑자기 등장하는 The shape of water 영화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영화 "The shape of water"를 떠오르게 했다.

외계 생명체와 말하지 못하는 인간 여성의 사랑을 담은 The shape of water.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당시 보았던 영화 중 최고의 러브스토리라고 느꼈던 영화였는데

다큐멘터리에서도 이런 감정을 느낄 줄이야!!

 

#2. 자연의 일원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

"저는 문어에게 매료됐을 뿐만 아니라 문어가 상징하는 야생의 세계를 사랑하게 됐고 달라진 내 자신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문어 덕분에 온전히 느낄 수 있었죠. 저도 자연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이 생겼어요." (1:22:40)

제목이 왜 "나의 문어 선생님"일까 궁금했다.

감독 아저씨는 문어와 교감하면서 그간 놓치고 있었던 주위 생명체(?)들에게도 관심과 애정이 다시 살아났던 것 같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으니.. 주위 사람들도 잘 챙기지 못했겠지?)

 

인간은 왜 자연으로부터 위로를 받을까.

자주 잊고 지내지만 사실 우리도 자연의 일부니깐. 우리도 자연으로부터 왔고 뿌리가 그곳에 있으니 자연 안에 들어가 있기만 해도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얼마전에 읽었던 김영하 작가의 "오래 준비해온 대답"에 이런 에피소드가 나온다.

젊었을 적 작가는 자연보다 인간이 만드는 창조물에 관심이 많았고 지인들 앞에서 자연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했던적이 있다.

그 때 옆에 계시던 중년의 교수님께서

"이봐, 그런 말 너무 부도덕하잖아." 라고 얘기하셨다고 한다.

자연에 대해 오만했던 작가를 부도덕하다는 단어로 꾸짖은 것 같다고 했다.

 

어쩔 땐 누군가가 굳이 가르치려들지 않아도 깨달음을 느끼고 교훈을 얻을 때가 있다.

자연 속의 생명으로, 친구로 감독 아저씨를 받아들여주고 사랑을 느끼게 해준 문어님.

그녀로부터 감독 아저씨는 자연의 감동과 사랑과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를 깨닫게 되었다.

1시간 남짓한 영상으로 축약된 1년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기억일지 내가 상상할 수 있을까.

 

#3. 온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정이 온화해졌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자연에서 수천 시간을 보낸 아이가 배운 교훈이겠죠."

감독 아저씨의 아들 톰도 아버지를 따라 점점 자연과 가까워지게 된다. 자연에 대한 배움도 늘어나고 수영 실력도 좋아지고 스스로 자신감도 커진다.

그 중 톰이 자연으로부터 받은 가장 큰 교훈는 온화라고 한다.

 

온.화.

그 단어를 본 순간 언젠가부터 온화라는 단어가 저 멀리 떨어져 있었음을 느꼈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였다.

현실에 치여 회사에 치여 온화가 뭔지 잊고 살지...

자연으로부터 우리는 온화를 배울 수 있구나.

갑자기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온 자연인들이 왜 자연으로 들어갔는지, 왜 자연에서 지내는 것인지가 이해가 되는 기분이었다.

(나도 온화해 지고 싶어..)

 

 

 

 

 

 

문어숙회를 먹을 수 있을까..?

문어의 그 눈이 잊혀지지가 않네.

상어한테 팔이 뜯기고 하얗게 힘들어하던 문어의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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