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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다/동적

[영화] 4등

by baeflower 2020. 4. 28.

    ★

 

2020.05.03. 일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무서운 세상

 

어떠한 상황에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교과서 내용처럼 들었지만 자꾸 폭력을 합리화시키고 있는 당사자들.

이틈에서 나도 모르게 '맞을 짓 했네'라고 생각할까 봐 계속 소름이 돋았다.

 

어릴 적 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그 잘못으로 인해 내가 맞아야 되는 이유를 얘기하셨다. 이유를 듣고 나면 나 또한 맞을 짓을 했고 맞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가해지는 체벌은 일명 "사랑의 매"가 되었다.

 

그 후, 준호가 동생 기호를 때렸던 것처럼 나도 9살 차이가 나는 남동생을 체벌한 적이 있다. 내가 동생에게 처음으로 매를 들었을 때가 고작 12살 정도였을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넌 맞을 짓을 했어라고 얘기했고 2,3살 정도 됐던 막내 동생에게 매를 들었다. 하지만 막상 때리고 나니 내가 가한 폭력이 무섭고 아파하는 동생에게 미안해서 동생을 안고 펑펑 울었다.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죄책감이 크고 잊을 수 없는 생생한 기억이다. 

 

폭력은 때리는 사람, 맞는 사람 모두에게 잘못된 길을 제시하는 것 같다. 신체적인 고통을 가해서 결과로 가기 위한 좀 더 빠르고 쉬운 길을 택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강력한 자극이 기억에 더 잘 남는 법이니깐.. 

준호는 체벌이 없어도 과정을 즐기고 꿈이 있는 아이였다. 옳지 않은 지름길로 결과에 일찍 도달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했을까. 1등이 아니면 수영을 할 수 없다니. 

 

끊을 수 없는 고리를 만드는 폭력은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좀 더 삶을 즐기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4등도 행복하게 수영할 수 있도록.

 

뻔한 영화처럼 광수가 개과천선한다거나 엄마가 큰 깨달음을 얻어서 다들 웃으면서 끝나는 그런 결말이 아니어서 좋았다. 오히려 훨씬 현실적이었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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